2006년 MTB를 시작한 후 내가 사는 양산과 가까운 부산에서만 라이딩을 했었다.
가장 멀리 간 게 아마 2015년 거제도에 가본 게 유일하고 대회나 그란폰도 역시 우리 동네에서 출발하는 영알만 3번이 전부일 정도로 동네 라이더이다.
그런데 지리산은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지안재 사진을 보면서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함양 그란폰도에 지안재가 있길래 지인들과 함께 단체로 접수했다.
새벽 4시 조금 넘어 집에서 출발. 함양까지 자욱한 안개 낀 고속도로를 달려 함양에 도착.
9도 정도로 쌀쌀하다길래 긴팔 져지에 질레, 그리고 반빕에 니 워머를 하려고 준비해서 왔더니 니 워머가 아니라 암 워머가 왜 있니?
7시 33분쯤 A그룹 출발하고 나는 B그룹으로 7시 38분쯤에 출발.
출발 후 7km쯤 지나 사진으로 보던 지안재가 시작되었다. 메디오폰도 KOM지점이라길래... 왜 이리 짧지?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지안재를 지나 500m가량 짧은 내리막 다음에 오도재가 시작되었다.
스트라바 기준 2.13km에 평균 경사도 13%. 오르막 끝에 있는 지리산 제일문을 보니 인스타와 라이딩 후기로 봤던 기억이 난다. 아 여기가 거기구나~~ (당일에는 오도재, 지안재도 헷갈림. 코스 전혀 모르고 참가)
오도재를 내려온 후 평지와 낙타등 구간은 지나가는 기차에 탑승해서 쫓아가다 보니 첫 번째 보급소에 도착을 하였다.
딱히 배는 안 고픈데 물통을 하나만 가져온 상태라 물을 채우고 사과 한쪽 먹은 후 마침 두 분이 출발하길래 뒤에 붙어 갔다. 오르막이 시작되고 앞에서 끌어주시는 분 옆으로 지나가는데 "동판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주셨다.
뉘신지 몰라 당황하니 십여 년 전에 싸이클 입문 초기 같이 탔었던 "부산싸이클 클럽"의 남진님이셨다.
중간에 한 5년은 자전거를 접었다가 작년부터 다시 타셨다는데...
십여 년 만에 부산도 아닌 함양에서 우연히 만나다니 ㅋㅋ~
반가운 마음에 라이딩 하다 근황 토크를 하였고 마침 컨디션도 안 좋으시다며 챙겨주시길래 마지막 대광재까지 동행을 하며 큰 도움을 받게 되었다.
그란폰도는 지안재를 내려온 후 출발지인 함양을 통과하여 반시계방향으로 60km 정도를 한 바퀴 돌아야 한다.
빼빼재 가는 길에 남진님이 한참을 끌어주고 교대를 받았는데 맞바람이 세다. 내가 교대받아 끌다 보니 페이스가 쳐지는지 남진님이 다시 나온다. 아무래도 민폐 될 거 같아 먼저 가시라고 했지만 이제 오르막이 시작된다며 같이 가자며 페이스를 늦췄고 뒤에 계시던 분들은 모두 추월해 가셨다.
남진님은 일주일 전에 답사를 다녀왔다며 코스 브리핑을 해주는데 빼빼재가 오도재 보다 더 힘들다길래 바로 크램픽스를 하나 짜 먹었다. (크램픽스는 먹을 때마다 식도가 타 들어가는 느낌이다.)
초반에는 완만했는데 갈수록 경사가 세다. 여기도 갈지자로 왔다 갔다 하며 다음에 크랭크 바꿀 때는 꼭 컴팩으로 하리라 다짐을 하며 오른다. 1km, 500m, 300m 표지판이 어찌나 안 줄어들던지.... 차라리 안 보였으면 싶을 정도였다.
빼빼재 정상에 보급소가 있어 물을 채우고 바나나 하나를 먹은 후 바로 출발.
정상부터 다음 보급소까지는 거의 내리막인데 선수들이 드문드문 달리는데 합류가 안되어 계속 둘만 달리며 힘을 뺀다. 그러다 보급소가 또 있길래 참가비 본전 생각에 먹어줘야지 싶어 들렸더니 바로 뒤이어 큰 팩이 도착한다. 이 팩에 묻어왔어야 했는데. ㅎ~
마지막 업힐이 빼빼재 보다는 짧은데 경사도는 비슷하다길래 초입부터 페이스를 조절했다.
모르고 완만하다고 막 밟았으면 끌바 했을지 모르는데.. 끌어주지 코스 브리핑해주지 왠 복인가 싶다.
담에 양산 바이크 라이딩 나오면 커피 대접해야겠다.
남진님께 대광재 업힐은 거의 다 왔으니 기다리지 말고 먼저 가시라하고 갈지자로 오버로크를 촘촘히 치며 도착.
다운힐이 끝날 때쯤 Finish 3km 표지판이 보이길래 열심히 돌리고 돌려 12시 46분에 도착. 기록은 5시간 7분 38초.
가민 기록은 첫번째 보급소 5km쯤 전에 스톱이 된지도 모르고 한참을 달려 5km가 누락되었다. (속도계 볼 정신도 없었다.)
피니쉬 지나자 말자 재봉이, 정민씨, 원상씨가 있길래 이야기 좀 하다 마침 와이프가 오길래 몇 시간을 기다리도록 한 게 미안하여 후다닥 준비하여 집으로 출발하였다.
거리와 획고가 영알보다 짧게 낮아 힘들거라 예상을 못했는데 오도재, 빼빼재, 대광재는 역 배내고개만큼이나 힘들었다.
와이프는 기다리는게 지루했을 거라 걱정했는데 의외로 함양 상암공원이 볼 것이 좀 있어 지루하지 않았다며, 내년에는 설악, 백두대간 그란폰도도 한 번 나가보라고 권한다... 거기는 접수령 넘는 게 더 힘든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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