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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022.9.18(일) 지리산 그란폰도 2022

by 동판 2022. 9. 19.

설악 그란폰도는 신청했다가 버스 편이 취소되면서 불참하고 당일 새벽 자차로 이동 가능한 남원에서 지리산 그란폰도를 한다길래 바로 신청했었다. 대회 전날 밤늦게까지 대회 코스에 비가 내린다고 하여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가서 보기로 하고 새벽 2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3시에 집에서 출발했다. 3년 전 함양에 갈 때는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안개가 자욱했지만 오늘은 안개가 없어 운전하는데 덜 피로하여 다행. 

남원 공설 운동장에 도착 후 적당한 자리에 주차를 하고 준비를 시작한다. 
스트라바 경로에 코스 GPX파일을 올리니 예상 주행시간이 5시간 45분 예상. (코스를 실제 타고 오니 5시간 59분으로 늘었음). 보급 시간까지 생각해서 와이프에게는 7시 출발해서 7시간 걸리니 오후 2시에는 도착 예정이라고 했고 남원은 시간 때울 거리가 없어 기차를 타고 전주를 다녀오기로 하였다. 

작은 오르막 빼고 긴 오르막이 총 5개이다. 두 번째 성삼재는 평소 접하기 힘든 HC등급. 오도재는 2019 함양 그란폰도에서 내려오기만 했고 나머지 오르막은 모두 처음이라 스트라바 구간 정보를 확인해보니 오버하면 안 되겠다 싶었다. 

운동장에서 지인들 만나면 인사하면서 출발을 기다리는데 접수는 A, B, C그룹으로 받더니 출발은 구분하지 않고 모두 섞여버린다. RCC 분들과 노닥거리다 뒤쪽에서 출발하니 입구가 좁아 정체가 심하여 운동장을 출발할 때 이미 7시 17분. 
8킬로 구간은 퍼레이드 하고 계측 구간을 지난다고 하더니 퍼레이드 답지 않게 다들 빠르게 달리다 계측 구간이 편도 1차선이라 다시 정체. 9분을 걸어서 앞으로 가서야 계측 구간을 통과할 수 있었다. (기록증은 이 시간부터)

- 첫번째 긴 업힐 가기 전 고두재(1.8km, 4.9%)를 넘은 후 마땅한 팩이 없어 띄엄띄엄 타는 분들을 추월하며 달리다 같은 팀복을 입은 두 분이 안정적인 자세와 속도로 가길래 뒤를 따라갔다. 노면이 안 좋았는지 가장 앞의 분의 물통이 떨어졌고 속도를 줄일 거 같아 왼쪽으로 피하는데 예상보다 세게 급브레이크를 잡았는지 내 바로 앞의 분도 브레이크를 잡으며 왼쪽으로 피하며 나를 밀치게 되었다. 내가 좀 더 왼쪽으로 많이 빠졌으면 피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갑작스러운 충돌로 핸들바를 꼭 쥔 상태로 그대로 왼쪽으로 낙차를 했지만 물통이 빠질 때부터 감속을 한 덕분인지 왼쪽 팔꿈치, 무릎 아래, 엉덩이가 찰과상만 있고 골절은 안 되었다. 두 분이 물통 주워주시고 챙겨주셔서 길가로 이동하여 자전거 점검. 멀리 여기까지 와서 겨우 15km 타고 DNF 하는 건 너무 아쉬워 못 탈까 걱정이 되었는데 자전거는 체인만 빠지고 휠 상태, 변속 상태가 아주 멀쩡했다. 왼쪽으로 넘어진 데다 부딪친 분이 같이 안 넘어져서 파손이 되지 않은 거 같다. 
서로 죄송하다고 인사하고 무사 완주하시라 하고 출발.
로그 보니 낙차 후 출발까지 1분 30초뿐이 안 걸렸네. 따가운 거는 참을만했는데 넘어지면서 왼팔 팔꿈치와 가슴이 부딪쳤는지 댄싱 할 때 근육통이 있었다. 기침을 해 보니 통증이 심하지 않아 골절은 아닌 거 같아 그냥 달렸다. 

수월재(스트라바 구간은 천마산) 입구까지 안정적인 팩이 지나가길래 맨 뒤에 붙어서 안정을 찾아보는데 선두가 교대를 하며 뒤로 오는데 유튜브에서 본  GYCC 최진용 코치님이셨다. 유튜브 잘 봤다는 인사를 하려다 난 E가 아니라 I라~
이 팩이 너무 안정적으로 달리셔서 낙차로 놀란 마음을 잘 추스를 수가 있었던 거 같다. 

- 수월재가 시작하면서 팩은 해체되고 각자 페이스로 첫 번째 메인 오르막을 넘는다. 초반인 데다 뒤에서 출발했더니 오르막 도로에 선수들이 가득하다. 추돌하지 않게 조심하면서 추월하다 RCC 부산의 현욱님, 형표님, 성기님과 다시 만나 낙차했다고 조금 징징거리고 성기님께 물통을 빌려 상처 부위에 뿌렸다. (내 물통은 전해질 태블릿을 타서...)
정상을 지나 내리막을 내려와 8km 정도를 달리니 가민 힐클라임에 성삼재 업힐 구간이 시작된다.

- 성삼재 스트라바 구간은 매표소부터이지만 몇 키로 전부터 가민에는 12km가 시작된다고 알려준다. 내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가장 긴 오르막이라 Z3(템포)까지만 사용하고 역치 이상의 파워는 자제.
첫 번째 보급지인 천은사 주차장에는 사람이 많을 거 같고 물통도 2개를 준비했기에 들리지 않고 통과. 
날이 더워 선글라스는 헬멧에 끼우고 파워만 보며 하염없이 돌리는데 여기가 포토존이었나 보다. 한 분을 통과하고 다른 분은 없겠지 했는데 두 분이 더 계셨고... 그렇게 선글라스를 안 쓰고 힘들어하는 표정의 사진만.... 남을 거 같더니 역시나..

좌 : photo by 등대지기님, 우 : photo by 김해시자전거연맹
photo by 좋은생각 황병준님
photo by 소피님(@tinaji1004)

 

photo by 김성호바이크. 시암재 휴게소


실제 오르막은 1시간 5분. 매표소부터 성삼재까지 스트라바 구간은 55분 38초가 걸렸다. 이렇게 긴 업힐은 처음. 역시 HC등급은 다름을 느꼈다. 
시암재 휴게소가 나오고 1.4km를 더 가야 성삼재 휴게소이고 오르막의 끝이다. 고도가 높아 쉬면 땀이 식고 다리가 금방 굳을거 같아 다운힐에서 쉬겠다는 생각으로 바로 내리막 시작. 
다운힐이 위험하다는 답사 후기가 있어 긴장을 했지만  급코너 구간마다 자원봉사 학생들이 안내를 해주었고, 늘 타는 동네에 이렇게 길지는 않지만 가파르면서 헤어핀 구간이 많다 보니 예상보다는 덜 무서웠다.  
쉬지 않고 출발해서인지 허리가 아파오지만 스트레칭을 할 만한 구간이 없어 바로 내려온걸 후회하며 멈춰야 하나 고민을 할 때 쯤... 내리막 끝.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하고 바로 정령치 시작. 

- 정령치는 거리가 6km, 평균 경사도는 6.8%이지만 초반에 완만한 구간과 중간에 평지가 포함된 경사도로 마지막 2.5km는 평균경사도가 9.5%이다. 이미 1시간이 넘게 성삼재에서 털린 상태에다 내리막도 회복을 할 만한 코스가 아니어서인지 오르막이 다시 이어진 느낌이랄까. 나중에 후기를 보니 여기서 끌바를 하신 분들이 많았다고 한다. 

photo by 남원 춘향찰칵.  정령치 정상


여기도 가민에서 남은 거리와 파워만 보며 하염없이 돌리니 정령치 정상에 도착.두 번째 보급소가 있기에 자전거에서 내려 물과 이온 음료 보충. 바나나 2개를 순식간에 먹고 하나를 뒤에 꽂은 후 먼저 와서 도넛을 먹고 있던 영수와 함께 출발. 
4km 정도는 성삼재와 비슷한 느낌이었고 앞서가는 선수들을 무리하게 쫓아가지 않고 가다 보니 서행하는 차가 있어 다시 합류하며 첫번째 컷오프 체크 지점인 고기 삼거리를 통과했다. 

- 고기 삼거리~오도재 입구 28km 구간.
살짝 약 내리막이라 속도도 잘 나고 팩 인원도 적당해서 로테이션을 하면서 서로 힘을 아껴 오르막을 준비하며 되겠다 싶어 교대를 받아 선두를 끌다가 뒤로 가는데 일부러인지 평소 버릇인지 중간에 갭을 만들어 교대를 피하는 느낌을 받는다. 이러다 보니 몇 명의 소수만 끌다가 힘이 빠져 속도가 쳐지니 답답한지 뒤에서 몇 명이 나오더니 추월을 하며 팩이 쪼개졌다. 내 앞에서 교대받고 선두로 나오신 분이 나간 그룹에 붙으려고 힘을 많이 쓰시길래 내가 다음 교대를 받으면서 아까운 성냥을 태우며 일단 붙이긴 했는데 한 분 만 같이 오시고 나머지 분들은 굳이 추격을 안했나 보다.
앞선 그룹과 합쳐져 5~6명이 달리니 교대도 잘되어 빠르긴 한데 오도재를 앞두고 회복해야 하는데 버거운 느낌이라 괜히 붙었다고 후회를 해도 뒷그룹은 보이지도 않아 달릴 수 밖에 없었다. 
어느새 가민에 오도재가 시작된다는걸 알려주길래 페달링을 늦추며 챙겨온 바나나를 먹었다. 

- 오도재 6.13km 7.3%. 
정령치처럼 중간에 완만한 구간이 있어 그렇지 세 번째 보급지 직전 3.1km의 평균 경사도는 10.6%이다. 
평속 10km/h도 안 나오고 평균 파워도 160와트도 못 뽑을 정도로 이미 다 털린 상태. 초입에서 이미 마지막 크램 픽스를 짜 먹고 효과가 떨어질까 봐 물도 안 마시며 참지만 효과는 잠시뿐. 쥐가 살살 올라오지만 멈추면 다시 탈 자신이 없기에 때리기도 하고 마사지를 해 가며 지그재그를 그리며 어떻게든 버텨본다. 오도재 정상 1km 아래에 보급소가 있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일단 원샷하고, 아이스티를 반 잔 더 추가로 마시고, 콜라와 물을 섞어 채운 후 바나나를 하나 먹는데 목이 멘다. 
커피 보급하는 푸드 트럭에서 아이스크림도 주길래 하나 달라고 하여 철퍼덕 앉아 떠먹으니 우와~ JMT. 

버티기 위한 몸부림의 흔적. 오도재 ㅂㄷㅂㄷ~

쥐가 나고 힘이 들어 10분 가량을 쉬다 오도재 입구까지 동행했던 팀이 출발하는 거 같아 묻어가려고 나도 얼른 출발. 오도재 급경사 구간을 지나니 3년 전 올라가고 내려갔던 지안재가 나왔다. 그리고 우회전하면 함양이었고 오늘은 좌회전하여 마지막 긴 업힐인 팔령 고개가 바로 시작이다.

photo by 고라운드님 (@gorounder)



- 이 고개가 오늘 다섯 개 긴 오르막 중에 가장 짧고 완만하여 여기서만 버티면 거의 9부 능선을 넘는 기분.
하지만 오르막 시작 후 1km도 안되었는데 뒷 타이어 느낌이 이상하여 멈춰보니 소리도 없이 펑크가 났었네. 
클린쳐에다 예비 튜브도 있고, 평소 튜브 교체는 5분 이내로 처리하는 편이라 익숙하게 휠셋 빼고, 타이어 벗겨서 튜브 빼고, 혹시 박힌 게 있나 점검하고 예비 튜브 넣고 타이어 끼우고 Co2 인젝터에 카트리지 넣고 밸브를 여는데 갑자기 펑~! 
튜브가 터졌나 싶었지만 그러기엔 바람이 채 들어가지도 않았기에 얼른 밸브를 잠그고 인젝터를 확인하니 튜브 밸브를 잡아주는 고무가 압력에 못 이겨 밀려서 발사된 거다. 이걸 거꾸로 집어넣어 보려고 용을 쓰는데 들어가지질 않는다. 
모르는 분 한테 멈춰서 도와 달라고도 못하고.. (난 E가 아니라 I ) 이걸 어떻게 하나 인젝터를 만지작 거려보니 돌리니깐 열리네. ^^ 부품을 다시 끼우고 바람을 넣었다. 
이렇게 10분을 까먹은 후 다시 출발하여 팔령 고개 통과. 

- 긴 업힐은 다 끝났지만 남은 구간이 37km.
큰 팩이 없어 지나가면 따라가고 쳐지면 혼자 가다 이곡리 고개 (1.12km 6.0%)를 지나고 뒤에 오시는 분이 추월하시길래 뒤따라 가다 앞에 가던 두 분과 다시 합쳐져 교대를 하며 달리니 마지막 오르막인 까막재(1.23km 7.5%)가 시작되었다.
세 분께 고마웠다고.. 전 이미 틀렸어요. 먼저 가세요~ 한 후 쥐가 심하게 올라와 클릿을 빼고 마사지를 했다. 
30초가량 쉬다 다시 출발. 마지막에 이런 고개를 넣은 설계자를 원망과 욕을 하면서 넘은 후 마지막 10km는 수시로 올라오는 쥐를 달래며 가도 가도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 느낌을 받으며 정신줄을 간신히 붙잡고 가다 보니 도착지가 보인다.

photo by 좋은생각 황병준님
photo by 소피님(@tinaji1004)



- 의료 자원봉사자에게 가서 찰과상 부위를 소독받고, 기념품 수령한 후 얼른 준비를 해서 바로 집으로. 
와이프는 전주로 가는 길에 내가 낙차를 하면서 가민 비상 연락망으로 문자가 가는 바람에 많이 다쳤는데 고집부려 계속 타고 있는 게 아닐까 걱정되어 밥도 안 먹고 금세 남원으로 왔었단다. 
운동장에서 기다리는데 MTB타고 배도 좀 나온 아저씨들도 도착하는데 나는 도착했다는 연락이 없으니 혹시나 구급차 타고 오는가 싶어 마음을 졸였다고 한다. (메디오폰도 코스가 있는지 몰랐... )

- 오늘 보급은 크램픽스 3개, 파워젤 3개, 바나나 4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아이스티 반잔, 아이스크림 한 개, 전해질 태블릿 탄 물통 2개, 이온음료, 콜라를 물에 타서  2통. 
집에 가는 도중 휴게소에서 오미자차 1, 레몬에이드 1, 이온음료 1을 마시는데도 계속 갈증이 난다. 

- 2009년 로드 입문 이후로 선행 차와 바퀴 겹쳐서 늑골 금 간 거로 119 한 번 타고,
옷에 구멍 조금 날 정도의 낙차 한 번 외에는 없었는데 이번에는 낙차에, 펑크에 Co2 인젝터 문제까지... 그래도 무사히 완주를 해서 다행이다. 

- 기록은 계측 시작 부터 6:42:51
운동장 부터는 7:09:14. 이동 시간은 6:37:36. 평속은 24.0km/h
아주 좋은 기록은 아니지만 열심히 탔으니 만족한다. 내년에는 글쎄~
나에게는 영남알프스 그란폰도 보다 힘들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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