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다수의 사람들과 그룹라이딩을 하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대회는 물론 투어도 참가를 잘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 재미로철인클럽에서 주최하는 제3회 영남알프스 클라임 투어는 포스터를 보자말자 한번 가볼까 싶은 마음이 생겼다. 양산 동네 사람들도 참가 신청을 많이 했다길래 나도 바로 신청.
예전에 엠티비 탈때 한번 어곡에서 에덴밸리로 가본적이 있기에
로드를 타면서 어곡방향으로 올라가는 에덴밸리는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 (훈련 효과도 없고 잘못하다간 무릎이 나갈거 같아서)
비경쟁 투어이지만 그래도 완주를 못하면 망신이니깐...
9/10, 9/20 무려 두번이나 삽재,산내,운문령을 뺀 하프 코스를 답사했다. (운문령은 여러번 갔으니 느낌 아니깐.... ㅡㅡ)
이틀 동안 술도 안 마시고 컨디션 조절.
토요일에 아주 샤방하게 탄다고 했지만... 역시 안 타는게 더 좋았을거 같다.
(사진은 모두 재미로철인클럽에서 찍어 주신걸 가져왔다.)
(양산아이언맨, 양산엠티비, 양산바이크... 동네 주민들과 단체사진)
부산대양산캠퍼스역 건너편에서 접수를 하고 서로 배번을 붙여주고 인사를 하다보니 어느새 6시50분.
간단히 코스 브리핑 후 바로 출발.
114명이 신청했는데 일흔명 조금 넘게 참가를 했단다. 코스가 험하고 참가비가 저렴해서 포기인원이 많았던 거 같다.
어곡 입구까지 경찰 에스코트를 받으면서 퍼레이드. 화이트 스키샵을 지나면서 오픈을 했다.
에덴밸리에서 오버했다가는 어떻게 될지 알기에 누가 추월하든 말든 넘어지지 않고 무정차로 올라갈 정도로만 조절을 해본다.
그래도 심박은 치솟고 숨은 깔딱 깔딱.. 선현이는 어제 바꾼 자전거가 많이 가벼운지 떨어지지 않고 여유있게 잘 붙어있다.
에덴밸리 포차앞에서 런바이크 사장님이 서른몇번째라고 알려준다. 물 좀 얻어 마시고 바로 다운힐.
사거리를 지나서 속도를 늦춰서 선현이를 기다리는데 보이질 않는다.
멈춰서 기다리긴 애매하고 별 문제 없으면 따라 붙겠지 싶어서 그냥 달린다.
밀양댐을 내려온 후 평지에서 파워바 하나를 꺼내어 먹고 도래재를 올라간다. 몇번을 와도 마지막 헤어핀이 헷갈린다.
도래재를 힘들게 올라가면 보급지점이다.
물 채우고.. 바나나 하나 먹고 바로 출발.
어차피 빨리 못 달리니깐 목표 시간안에 들어가려면 쉬는 시간을 줄이는 수 밖에 없다.
삼거리를 지나 석남 터널로 올라가는데 뒤에서 한명이 추월한 후에는 앞 뒤로 아무도 안 보인다.
마치 혼자 라이딩을 나온 듯한 기분이다.
3 km쯤 남았을때였나... 썬 바이크 사장님이 캔 커피를 하나 주길래 감사히 얻어 먹고 조끼를 좀 맡아달라 부탁드렸다.
석남터널을 지나 궁근정까지 다운힐.
그리고 삽재 업힐.
삽재 정상에서는 공지한 것처럼 퍼레이드 구간이라고 통제를 하고 있었다.
나보다 먼저온 수십명이 여기서 잡혀서 강제 휴식 중... ㅋㅋㅋ
경찰 입장도 이해되지만 참.. 거시기한 상황.
11시 좀 넘은 후 모인 인원만으로 출발을 하겠단다. 앞에는 사이드카가 인솔을 하고 뒤에는 경찰차가 에스코트.
왕복 2차선이고 내리막 구간이니 속도는 30~40kph, 2열로 유지하고 절대 중앙선을 넘지 말라는 부탁이 있었다.
난 중앙선쪽으로 라인을 잡았는데 안쪽은 멘홀때문에 위험해보였다.
아주 짧은 오르막 구간을 지날때마다 중간 중간 쳐지는 사람들이 있어 뒤에서는 그걸 따라잡기 위해서 힘을 많이 써야했다.
눈치껏 위험하지 않게 중앙선 넘지 않고 조금씩 앞으로 이동.
퍼레이드 구간이 산내 사거리까지 인줄 알았는데 사거리에서 좌회전하고 계속 사이드카가 리드를 한다.
2열 유지가 힘들어 중간 중간 1열이 만들어질 정도로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못 견디는 사람들이 떨어진다.
눈치를 봐서 간격이 많이 벌어지기 전에 추월해서 앞으로 이동해서 붙어야 살아남는다.
운문댐 가기전 낮은 오르막이 하나 있는데 선두를 따라 힘겹게 넘어가는데 앞에 몇명이 안된다.
뒤를 돌아보니 뒤에도 없다. 따라가기도 놓아버리기도 애매한 상황.
한 명이 도망가고 두 명이 잡으로 또 가고, 나를 포함한 네명이 한 그룹.
이왕 흐를거 끌면서 앞 그룹과 간격을 줄여보려고 힘을 써봤으나 역부족..... 나도 흘렀다.
페이스를 낮춰서 가다보니 129번 선수가 지나가는데 뒤에 붙어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 분이 키도 큰데다 페이스가 워낙 안정적이라 도움이 많이 되었다.
인사를 나누고 운문령으로 둘이 가는데 1명이 추월하길래 보내고 얼마 뒤에 4명이 추월한다. 뒤에서 버스 탑승.
그러다 5 km쯤 남은 지점에서 쥐가 나는데 마침 매점이 보이길래 스톱.
찬 물을 사서 허벅지에 부으니 조금 살만해졌다. 물을 채우고 바로 출발.
기어를 다 털고 천천히 올라가는데 500미터 쯤 남겨두고 쥐가 심하게 올라온다.
멈추고 번호표를 고정하던 옷핀을 하나 풀어서 허벅지를 찔렀다... 아팠지만... 운문령 통과.
다 내려와서 삼거리에서 두번째 보급이 있었다.
밥버거를 하나 먹으려고 집었다가 파워바, 파워젤을 많이 먹어서인지 입맛이 없길래 다시 놔두었다.
바나나 2개, 초코파이 1개를 억지로 밀어넣고 물을 보충한 후 출발.
마지막 고비이자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배내고개.
기어 다 털고 천천히 올라가지만 경사가 급해지고 어쩔 수 없이 댄싱을 하는데 쥐가 살살 올라온다.
차가 안 올때는 지그재그로 끌바만 하지 말자며 힘겹게 타고 가지만 무정차는 실패. 2번을 클릿을 빼고 숨을 골라야했다.
두번째는 쉴때는 다시 옷핀으로 한번 더 찔러서 쥐를 쫓아냈다. 빕에 핏자국이 ㅜㅜ
한참을 내리막과 평지를 달린 후 배내사거리 슈퍼에서 물 한통을 사서 채우고 배태고개를 넘었다.
그리고 다시 내리막. 이제 거의 끝나간다.
원동 2,1고개를 남겨두었는데 시간을 보니 잘 하면 9시간 이전에 들어갈 수 있을 거 같아 마지막 힘을 짜내어 열심히 돌리고 싶었지만... 다리도 아프고, 엉덩이도 아프고. 시팅과 댄싱을 번갈아 가며 넘어간다.
피니쉬를 통과하니 9시간 안에 완주했구나 싶었다. (최종 공지에는 8시간 43분)
10시간 안에 완주 하는게 목표였는데 무사히 달성해서 기쁘다.
로드 바이크를 타면서 오늘이 가장 힘든 라이딩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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